잔혹한 마녀 사냥꾼인 유진은 마녀가 나타나는 횟수가 늘어났다는 소식에 한국을 찾는다. 그는 마녀의 영혼을 소멸하려고 할 때마다 이를 가로채는 마녀에게 이유를 알 수 없이 집착한다. 그는 어떻게든 그 마녀를 잡으려고 하지만, 번번이 놓친다. 그러던 도중 15년 전에 헤어졌던 친구 소이와 재회하게 되는데…….
<본문>
마녀를 쫓아 두 시간을 달렸고 20층이나 되는 건물을 달려서 올라온 내가 간신히 마녀를 붙잡고 영혼을 소멸시키려 할 찰나에 그녀가 나타났다. 그리고 내 손에 들어온 마녀의 영혼을 바람처럼 가로채더니 옥상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것이다. 발뒤꿈치가 난간에 걸쳐지지도 않아 손가락으로 톡 치면 끝도 없어 보이는 건물 아래로 그대로 떨어질 것 같다.
제자리를 잃고 정신없이 휘날리는 그녀의 망토자락과 내 머리카락은 밤바람이 예사롭지 않음을 드러낸다. 그런 바람 속에서도 여인은 난간 끝에 발레리나처럼 우아하게 까치발로 서서 한 손을 내밀고 있다. 금방이라도 바람에 밀려 빌딩 아래로 떨어질 것같이 불안하게 서 있는 그녀에게 나는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.
“당신, 정체가 뭐야?”
여인의 빨간 입술이 어둠 속에서 피처럼 보인다. 가는 초승달을 등지고 선 여인의 손에서 열광하는 작은 빛 덩어리…….
나는 숨을 들이키며 하얗다 못해 투명해 보이는 여인의 손에서 사그라지는 빛 덩어리를 노려보았다. 여인은 말이 없다. 내 손에서 훔쳐간 마녀의 영혼을 어떻게 했는지 그 빛이 사라졌고, 나는 그것에 억울함을 느끼며 가슴을 들썩였다.